홍마가 시인

조회 수 4993 추천 수 2 2015.12.01 13:52:59

          믿음으로 다져진 소망

     -민들레 홀씨의 노래에 부쳐-

 

                                                                                                        전규태 박사

 

 

시라고 하는 것은 작은 그릇에 많은 뜻(의미:meaning)과 느낌(감정:emotion)을 담아낼 수 있다는데 그 오묘함이 있다.

 

- 이른 봄에 핀 꽃<봄의 시>

//꽃샘 바람결에 묻어와/나무에 사뿐히/내려앉은 눈꽃//순백으로 피워내/지친 가지 다독여/청초함 더해준다//때가 이름 알기에/하얀 꽃잎 흩뿌려/세마포 옷으로 덧입힌다//다시오리라/다짐하는 언약의 선물//(전문)

 

한 작은 그릇에 많은 알맹이를, 얕은 그릇에 깊은 알갱이를 담아내려다 보니까, 이를 잘 버무릴 수 있는 기교가 아닌 예술이 발현되어야만 한다.

일찍이 도미하여 33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선교와 힘써 왔던 홍 목사께서는 어찌 보면 이방땅에서 삶이 마치 시편 137편의 삶과도 흡사하다. 그동안의 가슴 아픈 날들 속에서 홀로 눈물 흘리던 때도 많았으리라 여겨진다.

 

- 5,6월의 아침<여름의 시>

//찬란한/햇살 받으며/연분홍 장미가 발그레 미소짓는 아침//나란히 서 있는 싱그런 나무 사이로/푸른 바람 한차례 휘돌아 가니/아리었던 상처도 곱게 아문다//나팔꽃, 함박꽃,/봉숭아, 채송화 흐드러진 정원/들녘의 하늘에는 민들레/사랑의 축제가 열린다//빗줄기 지나간 후/오색 무지개 하늘을 수놓고 올리브 잎 물고/돌아왔던 비둘기가 창공을 맴돈다//(전문)

 

하지만, 고곡 방문을 통해 2014년에서야 시단에 등단하였고, 불과 1년 남짓 만에 첫 시집 민들레 홀씨의 노래를 상자했다. 물론 그전에도 습작 활동은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숱한 어려움 끝에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기쁨과 보람을 얻고, 그분의 영광을 표현할 수 있는 오랜 소망을 이루게 되었으니 놀랍고, 또한 축하해 마지않을 일일기도 하다.

 

-가을의 기도<가을의 시>

//때로는 가슴이 멈출 것 같은/셀레임으로 다가오는 그대//때로는 그리움으로/가슴을 아리게 하는 국화꽃 향기로 다가오는 그대//아름답게 물드는 낙엽과 함께/님을 향한 그리움이 영글어 가고/사모함으로 지친 가슴에/어느새 빠알간 단풍이 물들고 있다//바람에 날리는 낙엽에게 사연을 보낸/그리움으로 지친 마음을 전해다오//한걸음 한걸음 낙엽을 밟으며/그 이름 불러보는 가을의 기도//(전문)

 

홍마가 시인이 민들레라는 잡초의 놀라운 생명력을 디아스포라 성도의 삶에 비유하면서 예수 생명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그런 발상을 하게 된 것은 분명 높은 신앙적 집중의 소산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집중력이란 흔히 시적인 사고(poetic thought)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도 있는데, 이는 신앙을 버무린 직관과 자유자재한 상상력에 그 바탕을 둔 사고 형태인 것이다.

 

-첫눈<겨울의 시>

//밤새 살포시/앞마당에 손님이 왔다/일 년 만에 찾아온 손님인지라/왜 이리 정겨운지//낙엽진 가지가지에/하얀 눈꽃이 피고/외로움에 지친 매디슨 하늘이/포근한 미소를 짓는다//반가운 손님으로/차가운 아침이 환해졌다//(전문)

 

홍 시인의 이같은 신앙시는 그야말로 순수감각으로 신앙세계를 교감한 작품들로서, 그의 그런 신앙심은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를 통해 샘솟는 원초적인 마음이다. 그러므로 그의 신앙시는 고독한 존재가 고독하게 내버려지지 않게 구원되는 뜨거운 본원적 교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예지의 빛, 그리고 소망과 사랑의 힘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믿음이 결정된 이 시집이 사랑에 목말라 있는 이들의 마음을 포근히 적셔 주리라 믿고, 앞으로 보다 기독교적인 것의 보편화와 주관적인 것의 객관화를 폭넓게 제시하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단테나 엘리엇처럼 상상의 천국을 재현하는 그런 문학적 신앙세계를 열어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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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마가 시인

 

약력: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박사과정
2013년 크리스찬문학 수필부분 신인상
2014년 크리스찬문학 시부문 신인상
활천문학 회원

역서: 영광스러운 상처(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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