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석정희 시인 | |||||||
재미시인협회 부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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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춘기 시절부터 조용히 홀로 글을 쓰던 습관이 있었다. 힘들고 외로운 이민 생활 가운데서 지치고 넘어질 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했다.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무거운 짐을 시로 승화시키는 가운데 하나님의 돌보심과 은혜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 언론사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지난 2000년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지에 영시로 등단했다.
■ 주로 언제 어디서 시를 쓰는지.
주로 조용한 밤에 책상 앞에 앉아서 시를 쓴다. 마음이 괴로울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펜을 들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추상적인 소재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 예를 들면 부부애나 가정 이야기, 그리고 외동딸 시집갈 때의 축시 등 모든 것들이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다.
■ 시를 쓰는 것이 신앙 생활에 어떠한 유익이 되는지 설명해 달라.
글을 쓰는 시간은 하나님과 대화하고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음에 담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떠오르게 하시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글 쓰는 것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이며 조용히 깊은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신명기의 말씀처럼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작품 속에 기독교 정신이 잔잔히 스며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를 쓰는 것 뿐 아니라 짧은 글 혹은 일기를 쓰는 것도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갈망하는 크리스천들에게 권하고 싶다.
■ 이번 시선집이 전작들에 비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머니 품속 같던 모국을 떠나 먼 바다 건너 낯선 곳에서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이국 땅에 뿌리 내리려 버티고 살면서 하염없이 지나간 세월에 새삼 놀랍기만 하다. 지난 세월 동안 자칫 잃어버릴까 잊힐까 조바심치며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모국어와 고국의 정서를 간직하려는 수단으로 쓰기 시작한 시들을 모아 3권의 모국어와 1권의 영문판으로 냈었다. 모국어로 낸 2백5십여편의 시들 중에서 씨옥수수와 알밤을 고르시던 할머니의 마음을 빌어 따로 묶었다. 일에 쫓기고 짧은 연륜에 미숙함이 느껴지지만, 그 시절 따기만 하고 주워 모으기만 해도 행복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이민생활에서 얻어진 시편들 가운데 나름 가려내어 앞으로의 이정표로 삼고자 이번 시선집을 출간하게 됐다
■ 이번 시선집에서 독자들에게 꼭 소개시켜 주고 싶은 시가 있다면.
이번 시선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다. 이 시는 주위 환경에서 얻은 일상의 소재와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심을 곁들인 작품으로 고향을 떠나 이민 생활 가운데 놓인 많은 한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고향, 부모, 형제, 가족이라는 주제를 따뜻함으로 녹여서 시에 담았다.
■ 시를 쓰면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은.
시를 통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일깨우고 싶다. 내가 느끼는 것을 독자들도 느끼게 하고 싶다. 내가 소망하는 것을 독자들도 소망하도록 인도하고 싶다. 그래서 절망을 노래하기 보다는 소망을 노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기독교 신앙이 짙게 드러난 작품들이 많다.
사실 모든 작품에 종교적 향기가 묻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분들은 기독교 정신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너무 희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너무 종교적 색채가 강하면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따뜻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비결이 있다면.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양로원으로 달려가서 소외된 노인들이나 장애우 등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봉사하고 있다. 또한 동물과 식물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집 뜰에 있는 과일나무들도 일부러 열매를 다 따지 않고 남겨둔다. 새와 동물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다. 주위에 관심을 가지면 마음이 넓어지고 더 많은 것들을 품을 수 있게 된다.
■ 가족 소개를 부탁한다.
남편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 와서 엔지니어로, 또한 사업가로 활동했다. 절었을 때부터 유도 유단자로 운동을 꾸준히 해 왔지만 그 누구보다도 다정다감한 최고의 남편이다. 아내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뿐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늘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좋은 글들을 많이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외동딸 자연은 초 · 중 · 고등학교를 모두 수석으로 졸업했고 학창시절 육상팀, 배구팀, 학교신문편집인, 합창단 활동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보였다. 교회 대학부 시절에는 우즈베키스탄 단기 선교팀으로 봉사하기도 했다. 옥시덴탈대학을 졸업하고 약대 박사과정 중 의대를 졸업한 레지던트 신랑을 만나 결혼했고 얼마전 귀한 아들까지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 달라.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다. 바라는 것은 좀 더 적극적으로 기독교 정신을 담은 시를 쓰고 싶다. 생명을 걸고 멀리 선교지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에 비교하자면 부끄럽기 한이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적극적으로 선용해 아름다운 의의 열매를 많이 남기고 싶다.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시인 석정희-
겨울이 오고 있다
L.A. 다운타운
브로드웨이 거리의 밤
고층빌딩 벽을 기댄
냉장고 비인 상자 집들 들어선다
갖은 영화와 수난
신문지 깔고 누운 노숙자들
잠이 들면 옛꿈이 보일까
어제의 풋 돈냥
회개의 씨앗 되어 터 오르고
울을 넘던 웃음소리
가슴에 여울져
아버지 집은 따뜻했는데
돌이키는 귓가에 울리는 새벽 종소리
거리의 교회에서의 아침
샌드위치에 목이 멘다
하룻밤 집이 된 상자 위 모서리에
누가 붙였을가 노란 리본 하나
기다리는 아버지 마음 되어
햇살로 번져가고 있다
겨울 걱정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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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뿌리
-석정희 시인-
하늘과 땅 열리던 날
나무 하나 심겨졌네
산이 놓이고 강이 열린
땅위에 나무 한 그루
땅을 딛고 팔을 벌려
하늘 향해 이슬을 받고
우리들 혈관에도 놓인길
뿌리로 뿌리로 이어져
실뿌리는 둥지로
실개천들 강으로 모여
밤하늘엔 은하수로
낮에는 무지개로
땅의 열매마다
영롱한 빛 물 드리네
어두운 밤에도
가슴에 태양을 품네
시평모음
석정희 시인은 2007년 ‘거대한 뿌리’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제 4회 한국농촌 문학상 해외 특별대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2010년에는 한국문학예술상 수상 문학상을 받았다.
서울대 명예교수 구인환 심사위원장의 서평
“오랫동안 씨를 써본 솜씨같다. 안정감과 시어를 고를 줄 아는 탁월한 안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문장을 풀어가는 솜씨 또한 매끄러워 가히 일품이다”라고 칭찬하며 “더욱 노력하여 미국의 한인사회에 한 알의 밀알이 되듯 따뜻하게 다독여 주는 동포애와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오산대 총장 홍문표 교수의 시평
“석정희 시인이 보여주는 이번 시집은 한 마디로 시에서 길을 묻는 아름다운 서정이다. 그 길을 한 시인으로, 한 여인으로, 한 인간으로 진지하게 가는 삶의 길이다. 그것은 바로 너에게 가는 길이고 절대적인 님에게 가는 길이고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맑고 고운 시적 상상력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노래다.”
중앙대 이승하 교수의 발문
“사랑을 베풀고 베풀고 또 베푸는 과정에서 나는 꽃이 되는 것이다. 미움보다도 사랑의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 나의 이타적인 실천적인 삶이 그 언젠가는 이 세상을 조금은 더 밝게 할 것이다. 더욱더 향기롭게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번에 내는 시집의 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시인은 줄기차게 진리와 사랑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
장범원 기자 press@christianvision.net
난석 시인님, 두루두루 축하할 일이 많습니다.
새 시집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상재도 그렇고
신문 한페이지를 다 채운 인터뷰 기사도 그렇고
다시 한 번 소상하게 시인님에 대하여 알게 된 것도 그렇고
한꺼번에 축하를 곱으로 드립니다.
아무쪼록 건강 중에 건필, 행복하시기를 주안에서 빕니다.
샬롬!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