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함성
홍마가
앞산 뒷산 변함없이 초록빛 새 옷 갈아입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구밖 시냇물
재잘대며 흐르는데 빼앗긴 땅이 되어 낮설기만 하였다.
회색빛 짙게 드리운 인고의 10년 세월
마침내 봇물처럼 터지며 외친 거대한 함성
아무런 보장이나 기약도 없었건만
외치지 않으면 시커멓게 탈 가슴이었다.
몽둥이와 총칼에 이겨져 붉게 물든 거리
함성과 비명을 눈물로 외치던 그 날
모든이의 가슴과 가슴으로 스며들며
북간도, 연해주, 미주에서 활화산으로 타올랐으니
그 장미빛 함성은 희망과 아픔이 배인 산고의 고통이었다.
함성에 화들짝 놀라 잠 깨어
손 흔들던 남산의 소나무
덩실덩실 춤추었던 한강의 물결아
너 언제 다시 깨어나
그 날처럼 손 흔들며 춤추려느냐?
연분홍 진달래가 바위 틈 사이로 활짝 피어난다.
* 나의 외증조부는 청주 지역에서 명망이 높은 한학자이셨는데 경술국치가 되자 왜놈의 나라에서 밥을 먹으며 살 수 없다며 단식에 돌입하셨다.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하는 가족과 제자들을 뿌리치고 끝내 돌아가셨다. 그의 딸인 나의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유서가 우리 집안의 가보였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읽어주시던 유서 내용을 들으며 늘 애국애족의 마음을 품게 했으나 아직도 조국을 위하여 한 일이 없어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