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 김석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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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오면
김 석 희
서리와 폭설 두려워하지 않고
일 년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생명의 봄 알리는 전령사 매화꽃.
강과 산줄기 언 땅 위에 초연하게 핀 꽃들이
맑은 향기 발산하는 2월이 오면
불의에 굴하기보다는
조국광복 불과 6개월 앞두고
정복자의 나라에서 옥사를 택한
민족 시인 윤동주를 잊을 수 없다.
만물이 잠든 겨울에 생명의 온기를 주는 동백꽃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라
때가 되면 송이째 툭 떨어지는 동백꽃.
그 꽃송이에서 누군가는 ‘변치 않는 절개’를,
누군가는 '슬픔과 서러움의 덩어리'를 응시한다.
300년 수명을 가진 동백나무에서
동백꽃 만발하는 2월이 오면
아, 27세에 요절한 애국시인 윤동주
세계 각처에서 그에 관한 연구와 추모행사가 열려
죽어서도 말하는 불멸의 혼이 되었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민족의 제단에
그의 삶과 시를 제물로 바친 윤동주
신사참배를 거부해 자진 폐교한
숭실중학교에서 저항정신을 배웠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박해를 받은
연세대학에서 민족의 아픔을 체험했지.
그가 남긴 민족의 아픔과 강인한 저항정신
연세대학에서 조성한 ‘윤동주 문학동산’과
숭실대학에서 헌정한 ‘윤동주 강의실’을 통해
정녕 대륙의 심장은, 세상 끝날까지 잊지 않으리.
경력:
△경북 문경 출신
△월간《모던포엠》시 등단 (2017년 9월).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회원
△관동대학 경제학 조교수 역임.
△현재 디트로이트머시대 국제금융론 교수.
△저서: 북한전문학술지 『노스 코리언 리뷰: North Korean Review』
창간 및 편집 (2005-2013), 자전에세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향으로 가는 새털구름
푸른 꿈, 그 젊음의 한 때
여객기로 태평양의 하늘을 가로질러
그렇게 한미양국을 오갔다.
높은 산과 도도한 강줄기 마주치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고향 산촌은
또 숨 가쁘게 자동차로 오갔다.
청운의 꿈을 실은 여객기
따뜻한 정감의 시외버스
이제는 흘려버린 한갓 꿈이다.
모국을 향한 바람에 흐르는 구름
새털 구름결마다 아득한 꿈의 날개다.
태평양 건너 청자 빛 하늘 아래 있는
동방의 등불인 조국 대한민국
구름 타고서라도 가고 픈 삶의 충동.
고향으로 향해 흘러가는 구름
꿈처럼 아득한 유년의 그리움은
오늘도 못내 눈물겨운데,
풀피리 불며 뛰놀던 동무들 있는 곳
정녕 구름에 실려서 라도 가고 파라.
고운 꿈과 따뜻한 정(情) 묻어 있는 구름
이국의 눈물겨운 삶이 피곤할지라도
고국의 그리움과 이 간절함 어이하나.
어린 날 버들 숲의 언덕에 모여 앉아
정겹게 뛰놀던 악동(惡童)들, 새삼 절절한 날
낮은 산자락 갈대숲의 바람을 가로질러
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충동(衝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