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 김신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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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필<渴筆>로 쓰는 편지
김신웅 시인
장하네에서 획 하나 잃으니 징하네
귀찮은 파리 소리에 점하나 떨어내니
피리 소리가 되어 귓가 맴도네
오죽이나 했으면 大(큰 대)統領을
犬(개 견)統領이라
점 하나 더 주어 비아냥했을까
육필로 쓰던 글 잉크 모자라면 물 타 쓰고
연필 닳아 깎을 칼 없을 땐
물어뜯어 심을 내 쓰기도 했지
하기야 이전에는 붓이 닳아 뭉그러지면
뿌리 말려 다져서 글을 썼다지 않은가
번지던 눈물의 흔적 획이 되고 점이 되어
감추지 못하고 …
백수百壽라야 삼만 육천오백 날
돈 값어치의 숫자로 여기면 하찮기만 한데
북소리 맞춰 노를 젖던 사람되어
등에 흐르던 피 섞인 땀방울
흔들리는 뱃바닥 적시던 눈물방울
만의 열 해 곱해진 이야기도 아닌데
그 회한 목화로 피고 또 피어도
추위도 감싸지 못하는 이들 있는 땅
하늘 타고 와 눈물 흔적 남길 일 없는
문자판文字板 두드리며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하네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있네.
[LA중앙일보] 발행 2019/12/18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9/12/17 18:10
약력:
金信雄 Shin Woong Kim
1954년 토요동인으로 작품활동/⟪시와 시론⟫등단/정의여고 교사/중앙일보 기자 역임/
1980년 해직기자/국제펜클럽한국본부 원로회원/한국문인협회 상임고문/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해외한인기독교문인협회 회장,이사장 역임/재외동포문학상/가산문학상/미주시인상/
해외문학대상 수상/시집: 『대합실』(1958)『바람없는 날에도 뜨는 연』(2002)『사랑을 위한
평균율』(2013)/합동시집『하늘빛 붓에 찍어』(2007)『물 건너에도 시인이 살고 있었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