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 권온자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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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꽃
권온자
밤늦게 때아닌 비가 쏟아져
창문의 커튼을 걷어 밖을 보는데
빗방울이 모여 어느새
한송이 빠알간 봉선화로 피어있다
너와 내가 함께한 30여 년 세월을
네가 먼저 흩어버린 기도가
이렇게 비 내리는 날
숭숭 뚫린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찾아왔다
내 삶의 절반은 너와 함께 길찾기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 홀연히 혼자만 가고
낯선 그릇 속에서 회색빛이 되어
모닥불 가물대는 그리움의 빛으로 남았나
잘 가거라 날려보낸 *샌패드로항구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창살을 두드리는 그리움인가 했는데
빗소리와 함께 봉선화꽃으로 찾아왔다
새벽이 오면 앞마당 마음밭 일구고
봉선화꽃 듬뿍 심어 놓으면
올곧게 피어나는 너의 빠알간 사연들을
나의 돋보기안경테 끝으로 덫을 감아올리리라
*샌페드로항구: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로스앤젤레스의 숨통이다. 미국독립 200주년을 맞이해
한국에서 선물한 ‘우정의 종각’이 인근 바닷가 언덕에 있다.
부여 출생
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