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밀이의 일기
이경미
‘숙식 제공 때밀이 구함’
천벌 짓고 도망쳐 든 지하 목욕탕
천년 때 밀어 보자, 엎드려 살자 했던 세월
탱탱한 년
쭈굴한 년
대학교수란 년
골목길 순대집 할메
친일파 손녀딸 년
소련년 일본년 중국년 다,
손님
몸을 만지니
속 때가 보이고
피흐름이 들리고
경락 따라 혈점 따라
퉁퉁 부은,
목욕탕 수증기 먹은 몸이
불린 때처럼 천벌을 녹여
보시가 된 세월
한국표준직업분류, 그것에 따라
더는 천한 업식이 아니라나 뭐라나
창피해하지 말고, 자부심
자부심을 느끼라나 뭐라나
참, 창피로 치면
까만 팬티 까만 브라, 챙겨 입는
내가 왜
옷 벗고 들어 온 년들이라면 몰라도
세신사(洗身士), 안 하련다
됐다
무슨 득이 된다고
30년 찾아오지 않는, 아들
하나 갖지 못한 나에게
이대로 살다가, 나
이태리 한번 가보고 죽을란다
깔깔한 타올로 문질러댄 인생
다, 이태리 타올 덕분이다
이태리 한번 가보고 자팠다
됐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