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밀
이경미
꽃 이름을 너무 몰라
시인 될 자격 없다고
세상이 나를 꾸짖었을 때
말 걸어온 너, 꽃
이름 없이 살고 싶은 존재들이
꽃이라는 삶을 선택해
피고 지고 싶은 계절
스스로 정하고
공생하기 편한 곳에
뿌리 내렸을 뿐인데
이름에 꽃말까지 덧입혀져
식물도감 속에서 분류되고
분류되었던 슬픈 사연을
말로 흩날린 너, 꽃
꽃 이름을 몰라서
아니, 모르기에 나
시인 될 자격 있다며
그나마 알고 있는 꽃 이름과 꽃말까지
다 잊고 시작하라고
말로 핀 너,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