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謝過)
이경미
그 큰 죄 지은 너에게
요구하는 것이 고작,
사과라는 게
영 용납이 안 됐다
분했다 (어렸을 때)
네가 사과한다 해도
덮고 묻고 지우고 덧칠하고, 살 자신
없다고 울었다 (조금 큰 후)
백 년 잠자고 일어난 3월 1일 아침은
나더러 대단하단다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최고의 형벌이며
최고의 사랑이란다
이웃이기에 해야 하는 가장 힘든 선택이란다
그러니 쉬이 오지 않는 사과에 대해
초조해 하지 않기로 했다 (백 년이 지난 후)
그 큰 요구를 선택한 나
아픔까지 자랑스러운 백 년이 품은
3월의 딸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