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街園)
유 경 순
아침부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괜스레 나를 쳐다보며
애꿎은 담배만 피워댄다
어느샌가
도심의 가장자리가 헤어진
둥근 벽돌 옷을 입고
등 뒤로 늘어선 차들은
봇짐 든 노파의 은비녀를
유심히 쳐다본다
풀벌레 쉬어가고
노랑나비 길목이 되고
떨어지는 낙엽의
조그만 거실이 되어
아름다운 향기 머금은
이름없는 꽃밭이 되어 있다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사연들은
굽은 허리, 처진 가슴이 되어
나는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컥 솟는 감정에
하얀 꽃을 피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