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비둘기
유경순
몇 걸음 늦어
놓쳐버린 기차 뒤꽁무니를 보며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멍청하게 서 있게 한다
밤새도록 뒤척이며
짜놓은 미래의 꿈은
아침이 되면
희미한 영상으로 되돌려지며
영혼 없는 일상의
피곤 속으로 빠져든다
창문가에 서서
일 나가는 엄마를
울며 바라보는
딸내미를 찡한 맘으로
떠올리며
옷깃을 여미고
다음 기차를 기다린다
오늘은
또 오늘을 지나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면서 지내온 하루하루가
오늘이고
지금이 되었다
타향의 생활이지만
자식들한테 포근한
고향을 만들어줄
오늘을 살면서
연습 없는 인생길
하나하나 나뭇가지 쌓아
집 짓는 비둘기가 되어
지금도 따뜻한 움막을 짓는다
-
미국생활 처음할때 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