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사랑
유경순
덜커덕거리는
기다란 기차 속 의자에 앉아
생기 잃은 들풀같이
머리를 푹 숙이고 눈을 감는다
땀 냄새와 옆에서 알지 못하는
활자의 칼라풀한 신문지의 휘발유 냄새
닿고 싶지 않은 옆자리의 큰 여자의 팔뚝
익숙지 않은 음식냄새에
잠자기는 걸렀다 싶다
지하를 지나
높은 고가철로를 달린다
창 너머 보이는
뉴욕의 휘황찬란한 야경에
가슴이 뻥 뚫리고
진한 한숨이 뿜어나온다
옆에 떠있는 초승달이 초라하리라 만큼
살아 있는 큰 도시의 불빛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왠지 모를 눈가의 촉촉함이 느껴진다
나의 작은 소망이며
작은 등불이 어른대기 때문일까
등잔불을 켜는 마음으로
심지에 불을 강하게 붙인다
토닥거리는 위로의 손길과
반짝이는 희망의 불빛은
언제나,
따뜻한 가족이 기다린다는
나의 작은 소망도 함께 반짝인다
기차가 나를 싣고 달린다
**뉴욕을 떠나고 싶었던 이민초기
뉴욕의불빛은 나에게 도전의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