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시 반쯤에
유경순
얼마 만에 누려보는 호사인지
창문 가운데로 들어오는 햇살은
나와 대화를 나누자고
부엌 안까지 길게 비추며
속살거리고 있다
쌀쌀한 아침 날씨는
풋복숭아 같은 까칠한
느낌이 들지만
언제나 낯선 사계절의 특징 중
봄은 언제나 사색을 창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가느다란 초승달을 보고
처진 어깨를 지탱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날들인데
오늘 낮에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내음은
진하게 입맛 당기고
이 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햇살
길게 간직하고 느끼고 싶은
바로 이 오후 한 시 반쯤에,
살아 있다는 것에
진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 오랫만에 집에서 나의시간을 갖는다
오후 한시반은 나에겐 항상 일터에 있는시간이기에
이순간이 더욱 특별한 나만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