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유경순
가을 교정에 가득 피운 코스모스밭에서 흰 칼라의 교복에 단정히 단발하고 머리를 맞대고 찍은 노랗게 변한 흑백사진을 꺼내 본다. 오늘따라 가슴설렘은 수많은 이름 중에 섞여 있는 전화기 속의 너의 이름이, 생일인 친구 속에서 올라온다.
아~ 잊혀진 이름은 아닌데 서로가 바쁜 탓인지 쉽게 잊고 살고 있네. 서로가 바쁘고 힘든 사이에 어느덧 이순이 성큼성큼 우리 곁에서 달음박질하고 있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거라며 서로가 가사를 만들어 노래 부르곤 했지. 눈 오는 날이면 나의 조그만 방에서 배를 깔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엄마가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고 호박콩범벅을 해주시던 중학생 시절…일 년에 한두 번 전화해도 꼭 옆에 있는 것 같은 너와 나였지. 만나지 못해도 힘들 때 카톡하면 언제나 힘을 주는, 감사하게도 서로의 마음에는 항상 내 사랑하는 친구라고 불러주는 사이가 아닌가. 세상이 험난해도 너와 내가 이렇게 멀리 있어도 우리의 우정은 그 무엇도 끊어 놓을 수 없지 않겠나. 환갑이 지나고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어쩜 그렇게 곱게 변해가는지 알 것 같다. 어릴 적 우리의 입에서 나온 우정이라는 이 따뜻한 말이 너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생일 축하해 건강해서 고맙다. 사랑해 친구야 내년에는 꼭 보자
-보고 싶고 그리운 내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