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유경순
맑은 물에 새단장하고
콩깍지 겉옷은
세상의 먼지 털어내듯
훌훌 벗어버리고 맨몸이 되었다
뜨뜻한 아랫목에 몸을 감싸고
한 많은 여인처럼
기다림에 깃들어진
몸뚱어리를 움켜쥐고 앉아 있다
얼마를 참아야 하는지
인고의 고통은 무디어져만 가고
삭아져 꽃피우는 인내는
서로의 몸부림 속에
끈끈한 인연을 만들어낸다
냄새나는 인간들의
불편한 현실은
삐죽삐죽 쭉정이일 뿐
힘들지만 승리는 나의 것이다
그대의 구수함의 중독 속에
인생의 진한 진실을 맛보게 한다
알곡에서 익어가는 삶의 노래를
너에게서 듣는다
다시 맛보고 느끼고 싶은
행복한 맛이다
***청국장은 우리의 깨끗한 삶의
맛 냄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