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유경순
터벅터벅 걷노라니
참 많이도 걷고 있다
그동안
풀밭에 앉아서 쉬엄 쉬기도 하고
길가의 돌도 발로 차며
기웃거리기도 했다
물가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듯
휘청거리는 마음밭을 걸으며
나도 모를 변명 같은
미안함에
잠 못 이룬 밤도 많았다
매일 달라지는 흰 머리카락과
얼굴의 주름도 늘어나는 게
내 인생의 모습이거늘
환한 터널 끝이 보이듯 하다
시간은 정말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빠져 가지만
나의 시간을
하나하나 가슴속에 새기며
어둠 속의 영상을
하나씩 털어버리려 하지만,
오늘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