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날
유경순
고단한 하루
밭 일을 끝내고
잠시 누워 잠이든
농부의 나지막한 코골이 소리가
땅벌레 소리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초저녁
하루 낮엔 여름을 맞이하고
이른 저녁의 서늘한 바람은
누굴 찾아온 것일까
8 월이 서성거리며
멀리 있는 가을을 쳐다보며 눈짓을 한다
삐죽 거리던 소나무도
연한 초록으로
사뭇 부드러워지고
낮도 짧아지며
해도 서둘러 서쪽으로 멀어지는데
천리만리 걸어가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8월의 저녁은
바삐가던 나그네를
잠시 멈추게 한다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
농부의 잠이 깊어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