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 아침
가원 유경순
한해가 지나면서
뜯어버린 열두 달의 나날들이
머리 위에
마음 위에 쌓여 있다
눈이 쌓인 겨울나무는
허리를 굽히고
지난 계절의 냄새와
먼지 되어 떨어져 버린 많은 날들을
보듬고 껴안아
불그스레한 얼굴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헐겁고 초라해진 모습은
현실이 되어 나를 따라오고
거울 속 미소 머금은 눈가에는
황금빛 햇살을 타고
작은 오솔길을 만든다
희어져 버린
가느다란 머리카락 위로
안개꽃 되어 눈발이 흩날리고
책상 위 은빛 작은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아가들의 해맑은 웃음이 시간을 멈추고
행복한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한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한해가 저무는 나약해진 태양 앞에서
잔바람이 되어 비켜가고 있는 것은
그래도 내일이라는 희망의 새해와
설렘이 있기에
올해를 떠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