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꽃
가원 유경순
안개가 자욱한 여름 새벽
투박한 황토화분에
주먹 선인장은
빨간 꽃봉오리를 내밀고
하얀 솜털을 입고
피어난다
가시가 줄을 지어
장막을 만들고
바람을 헤치고
세월을 거슬러
아버지의 젊은 날을
그려 내고 있다
그 가시 속에 피어난
아버지의 꽃
험난한 세월을 이겨낸
한고비 또 한고비를
몸속에 감추고
가시로 삶의 테두리를 만들고 있다
동그란 아버지의 안경 속에
꽃송이가 가득가득
이파리도 없이
꼿꼿이 가시 세우고
아버지의 세월이 펼쳐진다
거칠고 힘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많은 주먹 선인장꽃을 많이 피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