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가원 유경순
밤새 웅크리고 망설이던
속삭임이
하얀 마음이 되어
커다란 세상을 마중한다
밤의 어둠 속에
별도 없고
달도 없고
찬바람만 부는데
화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의 옷을 너풀거리며
여기로 저기로
외로운 곳을 찾아 내려오고 있다
세상에 지친자들의 영혼은
갈길 몰라 밤새 헤매이는 데
첫눈이
텅 빈 마음 속에서
추억으로 녹아내리고
메마른 가지 위에
걸쳐 놓았던
희미한 생각들을
하얀 세상 속에 잠들게 한다
파란 하늘
하얀 세상
하얀 내 마음은
눈꽃 속에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