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여름꽃
유경순
여름꽃은
실연의 모습으로 피어난다
깎이어 버려진 순간과
날아가 버린 벅찬 설레임이
벌겋게 멍든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꽃더미를 만들고 말았다
아무말 없이
태양아래 머리를 숙이고
애끓는 마음을
쏟아 부어
상심한 마음으로
빨간 꽃잎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창문앞에 흔들거리는
가느다란 나무의
힘없는 몸짓은
머물고 싶은
사랑의 순간들 이었음을
그늘속에 감춰진
작은 봉오리 속에서
눈에 띄고 싶지않은
가슴앓이로
꽃잎을 적신다
빨간 꽃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