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유경순
한낮 잠시 꾼 꿈이
구름타고 자리를 틀다가
다시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린다
뒤돌아 보는 순간이
어제가 되어버린
잡을수 없는 날들이 묶어져
인생이라는 한 더미가 된다
나이차 제짝 찾은 자식들의
빈둥지가
새삼 그리울때
하늘의 석양은
아주 빨갛게 홍시빛 되어
익어 터질 것 같은 싸아한 맛으로
마음을 달군다
초저녁달이 그저 설레던
새색시적
빨간치마 노랑 저고리 입고
마냥 꿈에 부풀던 그 시절
지금도 그 설렘이 남아 있는건
인생은 그저 그때 그때의 추억인 것을
스쳐가는 그리운 얼굴들이
흑백 사진속에서 미소짓는다
잠시 그곳에 들러
회한을 풀어본다
이 또한 설레고 아릿한 기쁨이다
사랑이라는 질긴 실타래가
얼굴에 하나씩 둘씩
주름으로 동그라미 만들며
나이테를 그리고 있다
왜 이리 아름다운지
인생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단막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