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유경순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눠 가지고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까지 닮은
자식들을 물고 빨고
울타리를 만들어
가족이 된다
세월이 흐르고
천지가 바뀌어도
가시가 돋힌 철없는 한마디도
느낌없는 찔림으로
가족이 된다
어린날
주룩주룩 비오는 여름날
천둥이 치고
도랑이 넘쳐 황토물이 넘치면
왠지 모를 두려움에
엄마의 품에 파고들던 그때
가슴에서 울리던 자장가
비가 갠 어느 날 오후
비둘기 한가족이
뒷마당에 나들이한다
무지개 구경이라도 나왔는지
엄마 아부지와 함께
참으로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