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시작
유경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다시 원점에 이른다
동그라미속에
많은 사연을 묶어놓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순간마다 과거로 만들고
현재는 초침 속에서
순간을 만들곤 지워 버리고
또 만들곤 지워버린다
어떤 이는 지난날을 아쉬워하고
어떤 이는 앞만 보고
미래에 일어날 희망의 역사를
만들고자 호언장담하고 있다
우리들의 인생은
이 조그만 동그라미 안에서
되풀이하는 한 조각일 뿐인데
모두들 다 아둥바둥하고 있다
내 작은 손목시계와 광장에 서 있는
커다란 시계에서
똑같은 시침과 알람이 울린다
다시 오후의 일과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