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유경순
되돌아 보노라니
아득히 굽이굽이 산골
나지막한 동네 뒷산 같아
뒷전에 그림으로 놓고
잠시 쉬어간다
황금빛 물결 위에
덩그렇게 올라앉은
산덩이들이
어둠옷으로 갈아입을 때
피곤한 나그네의
갈래갈래 여러 갈래 마음이
바위 위에 내려 앉는다
산길에 서 있는
소나무의 외로움도
걸터앉은 바위의속삭임도
이젠 석양 속에
함께 가야 하는 것을
가야 할 길이
저 멀리 아득히 보인다
오늘 밤 석양 속에
쉬고 싶은 나그네의 마음을
그곳에 내려놓고
온 것은 아닐지
석양이 내 맘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