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유경순
수많은 사연이
장막 속에 살아 꿈틀거린다
화려하게 내려진
빨간 커튼은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며
올려졌다 내려지고
또 올려졌다 내려지는
우리의 삶과 같다
슬프고 화가 나도
웃어야 하는 피에로의 삶을
현실을 바라보는
나약한 마음을
아름답게 울리는 오케스트라의
선율 위에 올려놓고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1막이 지나고
2막의 행복한 주인공이 되어
공감하고 뜨겁게 공감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객석의 주인들이 되어간다
다시 커튼이 쳐지고
끝없는 박수 소리에
불은 켜지고
우리들의 마음은
환하게 웃는 아픈 주인공의
웃음을 기억하며
나도 모르게
그 속에서 함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