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유경순
남의 집 마당에 단발로 잘린 나무가 보인다
귀밑에서 1센티미터 중·고등학교 시절의 머리 모양이다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단발머리하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다 매일 교문에 들어서면 상급생 언니들이 교복과 머리검사를 하고 학교 안으로 들여 보냈다 그땐 머리길이가 조금만 더 내려주었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꿈이 많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는지 조그만 가슴에 품은 그 작은 소망조차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주변을 거닐다 다시 한 번 단발머리 나무를 쳐다본다 단발머리에 흰 칼라 교복을 입고 종종걸음으로 다녔던 내 어린 시절의 학교와 교실, 길게 뻗어 있는 머리카락만큼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보고파 진다
빨리 봄이 오고 긴 머리카락에 꽃이 피고 새들과 나비가 찾아오면 고향에 있는 친구에게 한 장의 단발머리 편지를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