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장 스케치
유경순
웅성거림이 있는 꽃시장이다
좌판대 위에 얼마 안 되는
꽃나무들이저마다 단장하고
화려한 베이스에 꽂혀
도도한 자태로
진한 향수를 뿌리고 있다
또 다른 한 곳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구석진 곳엔
벌레 먹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조그만 옹기 속에
듬성듬성
50% 세일 팻말을 들고
시위하듯 외롭게 서 있다
조그만 씨앗이
움을 틔우고
뿌리를 내어 땅 위로 나와
잘 자라기 위해 노력했으나
주인의 무관심에
벌레들의 밥이 되면서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너희의 용기가 가상하다
빨간 손바닥 무늬를 가진
단풍나무를 베이스
한 개를 고른다
눈에 띄는 조그만 빨간 손바닥 잎새가
사랑을 갈구하는 듯하다
그래,
햇빛 잘 드는 앞마당에 심고
물을 주고 사랑을 듬뿍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