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유경순
모래알보다도 많은 날들은
한으로 쌓이고
눈물로 맺혀서
가느다란 능선을 이어붙여
몸을 만들어 낸다
누구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흙더미들이 쌓인 것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기나긴 긴 공백 속에
이곳엔
멍든 가슴만이 붉은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군데군데 부서진 곳에
자라난 용솟음에 스스로
위로하고
깊어져만 가는 수직의 까마득한
낭떠러지와
골짜기 사이로 흘러내리는
소(沼)는
내가 만들어 놓은 풍경이다
경이롭고
감탄하고
어찌할 것인가 바라보기만 하는
붉은 자연 앞에
나는
아주 작은
점(·)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