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유경순
마음을 절인다
몇 번이고 맛을 보면서
소금에 손을 절이고 절여
정성을 모아낸다
하얀 속살 뽀드득 씻은 배추는
여덟 시간을 소금에 절이고
알몸을 뒤집고 엎어서
짠 한밤을 지새우곤
손바닥으로 두들겨 주면서
소금물을 골고루 적셔 준다
배추는 모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금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새 옷 입힐 준비를 한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네 마음은
평생을 절여도
퍼득퍼득 살아
분을 내뿜는데
아!
어머니의 사랑의
손길 속에는
항아리 속
맛있는 김치가
사근사근 익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