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유경순
매엠멤
고향의 여름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앞마당에
칸나의 빨간 꽃잎이
아침이슬을 먹고
옆집 상나무 울타리에
엉겨 피어 있는 보라색 나팔꽃이
여름 아침을 깨운다
함지박 물속에 담긴
수박 한 통
삼각형으로 잘린 꼭대기에
설렘이 있는 나의 어린 날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미루나무의 흔들거림이
막연한 희망의 기다림이
소용돌이처럼
뭉게구름을 휘젓는 오후다
밤이면
유난히 빛나던
머리 위의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
맷방석에 누워 두 팔을 벌려
가슴에 모으던
사춘기 때의 아름다운 추억
오늘 밤엔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은
이순의 나이에
잃어버렸던
추억의 나래를 켜고
고향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