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유경순
시계추를 다시 감고
자르르 떨어지는
하얀 공간의 가장자리에서
잘록한 허리를
빛도 없이 서광을 만들고
일곱빛깔 몸매가
푸른 유리병 안에서
요염하다
비 온 뒤
만들어 낸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는
선남선녀의 구슬픈
노래이거늘
세월을 가루 낸
인생의 가루는
저마다 흩어지며
조그만 구멍을 향해
비집고 아귀다툼을 한다
어디로 떨어지는지
모르는 낙숫물이 되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몸둥아리들이
다시 침묵하며 잠을 잔다
젊음은 내 안에
아집을 틀고 자리 잡지만
황혼은 삐 덕 그리며
요란히 찾아온다
꼬부라진 지팡이의
손잡이가
육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긴 터널을 지나
모래밭에 도착하며
꿈을 꾸듯이
삶을 뒤돌아 감아 들고
무지개빛 삶의 흔적이
파도 되어 부서진다